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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끼지옥에 빠졌던 날~

by han123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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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한마디로…
깨끼지옥에 제대로 빠져 봤던 날이었어요.
바늘에 몇 번 찌르고, 땀을 몇 번이나 훔쳤는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아홉 폭 치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죠.
몇 년 전, 제 딸이 결혼을 앞두고
신부한복을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마음먹었던 그때,
디자인은 딸아이와 함께, 손길은 온전히 제 몫이었답니다.

 

 

치마는 무려 세 겹.
겉치마는 잠자리 날개처럼 가벼운 천으로,
쪽마다 깨끼바느질을 해야 했기에
한 쪽, 한 쪽이 마치 작은 전쟁 같았어요.
치마폭이 아홉 개나 되니, 실의 흐름 하나까지도
단정하고 흐트러짐 없이 이어져야 했죠.
중간에 몇 번이나 실을 다시 꿰고,
잠시 멈춰 눈을 감고 숨을 고르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아침부터 바느질 삼매경에 빠져
정신 차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물어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 저고리는 재단만 해둔 상태.
사람용 한복 작업에 들어가기 전,
작은 미니어처 사이즈로 먼저 느낌을 보았어요.
디자인의 흐름이나 색의 조화, 실루엣까지
작게라도 먼저 만들어보면 전체 감을 잡는 데 훨씬 도움이 되거든요.

 

이 작은 조각들이 모여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날을 장식하는 한복이 된다고 생각하면,
손끝에 쥔 이 바늘 한 자루가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 도구인지 다시금 느껴지곤 합니다.

한복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옷이 아니에요.
시간이 필요하고, 인내가 필요하고,
무엇보다 진심이 필요하죠.
단순히 예쁜 옷을 만든다는 걸 넘어서,
그 사람의 시간과 의미, 그리고 마음을 담아
‘짓는’ 작업이니까요.

 

 

지금 제 딸은 사위와 함께
먼 타지에서 주재원으로 나가 있어
자주 얼굴을 볼 순 없어요.
그래서일까요.
그날 치마의 주름 하나하나를 다시 들여다보며
그 아이를 향한 제 마음도 고요히 다시 꿰매봅니다.
사진 속 그 웃는 얼굴이
문득 떠오르기만 해도 가슴이 찡해지네요.

오늘도 바늘 하나로
작은 이야기를 꿰매고 큰 그리움을 덧대며
이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눈을 감기 전, 마음속으로 조용히 빌어봅니다.
“잘 지내고 있지? 사랑하는 우리 딸.”

굿나잇.
엄마의 밤은 그렇게,
천천히, 따뜻하게,
한복의 고운 선처럼 흘러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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